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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기머리 탐정 김영서

1940년 경성이 배경이다. 식민지 시대가 깊어지고 일제는 전쟁의 광풍에 들어섰을 때다. 식민지 조선은 일제의 폭압 시기와 내선 일치의 시기를 거쳐 전쟁 물자를 대야 하는 혹독한 시기다. 조선의 정신을 내어 놓고 차별을 감당해야만 했던 참혹한 시기다. 그런 시기 어린이가 제 갈 길을 고민하고 찾아가야 한다면 얼마나 어려웠을까. 게다가 남녀 차별이 심한 시기 여성의 굴레도 있다. 게다가 아버지가 민족주의적인 정신을 갖고 있는 지식인이라고 한다면 어떨까. 주인공은 이렇듯 여러 겹의 질곡 속에 놓여 있다.  김영서는 열 살이 되어 경성에 왔다.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랑 평택에 살다가 공부를 하고 싶어 아버지가 있는 경성으로 엄마랑 왔다. 아버지는 다른 신여성과 아이를 낳아 살고 있어 엄마랑 단 둘이서 살아간다. 그나마 엄마가 차린 미용실이 잘 되어 경제적 어려움은 없이 살지만 황국신민을 강요하는 학교에서 황국신민으로 살아가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하여 할아버지 말씀처럼 조선의 딸로만 살아가고 싶지도 않다.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영서에게 더 큰 일이 다가오니 아버지가 범죄 혐의를 받게 되는 상황이다.  영서는 사건이 일어난 집을 잘 알고 있다. 이웃집인 그곳 아이에게 셈본을 가르쳐 주고 있으니 거의 날마다 드나드는 집이다. 그리고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아버지이다. 엄마가 아닌 다른 여자랑 살고 있는 것을 납득할 수 없지만 아버지가 아버지인 것은 바꿀 수 없는 사실이다.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 영서는 특유의 총명함으로 미용실에서 일하는 경자 언니와 함께 사건의 실체에 조금씩 다가간다. 아버지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거니와 자신의 혼란스런 상황에 관해 조언을 듣기도 한다.  “일본은 무력으로 조선을 빼앗았어. 그건 누가 뭐래도 잘못한 일이고 바로잡아야 할 역사야. 게다가 조선을 식민지로 삼은 뒤에는 조선인들의 재산을 빼앗은 건 물론이고 말과 글 심지어 자유까지 억압해 버렸단다. 네 말대로 조선은 없어진 나라다. 그리고 어쩌면 조선을 되찾을 수 없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본의 입장에 서야 하는 건 아니야. 나라는 없어졌지만 우리는 조선인의 피를 이어받았고 또 그 문화, 생각까지 모두 사라지지는 않았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옳지 않은 역사를 뻔히 보고도 일본의 힘에 눌려서 가만히 있는 건 비겁한 행동이 아닐까?” (135 - 136쪽)  영서가 사건의 실체에 다가갈수록 일이 예삿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은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는 일이거니와 독립 자금줄을 지키는 일과도 연관이 되어 있다. 영서의 영민함과 경자 언니의 도움으로 범인을 밝혀내고 독립 자금줄도 지켜낸 영서는 자신이 나아갈 길도 잡아간다. 그것은 엄마의 각성과도 이어진다.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기에 함부로 깰 수 없다던 혼인을 엄마가 깨려 한다. 아버지 없이 여자 둘만 사는 게 쉽지는 않으리라. 하지만 미웠던 아버지가 어느 순간 영서 마음에 스르르 들어왔듯이 힘든 시간도 결국은 지나가리라. 영서는 아버지랑 같이 사는 여인한테서 받은 책을 읽으며 “복종하는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단발을 하는 여자들”을 알게 된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일어난 의문의 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담은 책 입니다. 탄탄한 짜임새와 예상을 비껴가는 흐름까지 책은 추리물이 가진 묘미를 그대로 살리면서 실제 옛 우리나라의 암울했던 시대상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 볼 수 있도록 도와 줍니다. 아버지를 구하겠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탐정을 시작한 영서는 두렵고 무서운 진실을 봐야만 하고, 자신을 무시하는 어른들과도 맞서기도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할 때면 어린이 독자들은 마치 약자가 승리를 하는 것과도 같은 짜릿함과 통쾌함을 느끼게 됩니다. 모험과 용기, 정직등 인간미를 무기로한 주인공을 보며 올바른 정의가 무엇인지 또 스스로도 할 수 있다는 자립심을, 배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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