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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의 오늘과 내일


최근 몇 년 들어 ‘동아시아’라는 말을 부쩍 많이 듣고 있다. 인문과 사회 분야의 각종 학술 모임에서 동아시아에 관한 토론이 주요 의제로 등장했고 학자들의 연구 과제와 출판도 동아시아에 관련한 것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동아시아 관련 대중 서적을 내는 출판사 마케팅부장 말을 들으니 판매도 수익이 날 만큼 일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단다. 일반인들의 관심 또한 만만치 않은 것이다. 그런데 동아시아라는 말이 예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동아시아가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의 동북아 세 나라를 의미하는 경향이 컸던 데 반해 지금 학자들과 일반인들의 조명을 받는 동아시아에는 동북아시아는 물론 동남아시아까지 아우르고 있다는 것이 이전과 다르다 하겠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동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것일까. 무엇보다 우리 일상에 깊숙하게 관계 맺고 있다는 현실 판단 때문일 것이다. 동아시아가 우리 일상과 깊숙하게 관계 맺고 있는 현상은 수없이 열거할 수 있다. 동아시아 일반인들의 소통 언어가 된 듯한 한류. 한류 바람은 일본이나 중국, 그리고 동남아시아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이런 영향인지 주말을 이용하여 도쿄나 타이베이, 방콕과 상하이 등으로 여행을 다녀오는 젊은 친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 청춘의 밤에 동아시아 국경은 의미가 없다. 그런가 하면 우리 교육부가 고교 선택 과목에 동아시아를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학자들 사이에서는 동아시아 대학 구상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2006년 4월 현재 한국으로 유학을 온 대학생 이상의 외국학생 숫자가 32,557명인데 이 중 아시아계 유학생이 89%인 20,227명이다. 다른 지역 전체 인원 3,330명을 압도하고 있다. 동아시아 각국에 설치된 한국학 관련 학과는 2년제 3년제까지 합하면 그 숫자는 150개가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동아시아가 우리 일상과 깊숙하게 관계 맺고 있다고 할 때 그것을 바라보는 기본 관점은 중요하다. 이를테면 동아시아 일반인들의 소통 언어가 된 듯한 한류는 자칫 문화제국주의가 될 수 있다. 그것이 되지 않으려면 순수한 한국 문화를 간직한 한류가 아니라 아시아 각국의 문화가 비빔밥처럼 섞인 ‘아시아류’여야만 하며 나아가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정서를 지닌 ‘세계류’여야 한다. 동아시아에 설치되는 한국학 역시 한국학을 통해 동아시아 각국의 권위 있는 지식인, 교육기관, 연구기간들이 우리나라의 문화와 풍속을 이해하고 한국과 한국인을 사랑할 수 있도록 우리가 먼저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라와 나라 사이도 개인과 개인 사이처럼 상대방의 처지를 생각하며 함께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한 주장을 하는 글을 살펴보자. 천지가 개벽하여 80여 년 전 한인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던 몽골인 후손들이 이제 돈벌이를 위해 한국에서 궂은일을 하고 있다. 물론 그 때 몽골 땅의 한인들과 지금 한국 땅의 몽골인들은 처지가 다르다. 그러나 먹고 살기 위해 남의 나라에서 살았거나 현재 살고 있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하는 일도 현지 사람들이 꺼려하는 3D 업종으로 비슷하다. 그 때나 지금이나 아쉬운 사람들이라 별 도리가 없겠지만 두 나라 사람들이 시간을 사이에 두고 왜 그리도 똑같은 운명을 주고받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것이 세상살이인가 하는 묘한 생각마저 든다.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이 땅에서 일하는 몽골 노동자들에게 좀 더 따뜻한 인심을 베풀어 보자고. 인간 평등 인권 등 거창한 구호를 들먹일 필요도 없다. 지금 한국의 몽골인들은 일제 때 시베리아를 떠돌던 한인들에게 보금자리를 마련해 준 사람들의 후손이다. (189 - 191쪽 발췌)
동북아 또는 동아시아에는 새로운 가능성을 가진 지역으로서의 함의와 충돌의 위기를 가진 지역이라는 이미지가 공존한다. 문화·경제·정치안보적으로 상호의존성이 높아지면서 동아시아 국가 간 관계가 깊어지는 듯 보이나 교류협력과 제도화 면에서는 취약하다. 담론의 추상성을 넘어 생활세계에서 느끼는 동아시아에 대해 나누어야 할 때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이 책은 동아시아에 대한 시야와 관점을 확보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서문 오늘의 동아시아를 걷다
최원식

1장 동아시아 문화의 탄생
중국 속의 동아시아 문화 임우경
문화민족주의를 넘어서는 동남아 한류 이한우
동아시아 속의 한국 온라인게임 강재호
‘트랜스 아시아’ 영화 김소영

2장 동아시아 협력의 실천과제
동아시아 교과서 무엇을 담을 것인가 유용태
동아시아 ‘공동대학 설립’ 백영서
성공적 경제협력을 위한 요건 윤덕룡

3장 한국 속의 동아시아, 동아시아 속의 한국
아시아계 유학생에게 기대하는 것 김명인
결혼이주여성이 본 한국사회 김이선
동아시아의 한국학을 위해 홍정선
호주 속의 한국학 판카즈 모한

4장 동아시아의 디아스포라
디아스포라와 트랜스내셔널 임성모
초국가 시대의 코리안 디아스포라 권숙인
한국화교의 현주소 왕은미

5장 쟁점으로 본 동아시아 문학과 역사
중국문학 속에 출몰하는 과거사라는 유령 백지운
치유되지 않은 식민지 상흔 송승석
동아시아 개항과 중국 상인 이시카와 료타
일본의 위험한 역사인식의 용광로 서민교

6장 동아시아와 관계맺기
동남아 경제의 세계화와 동아시아 통합 박번순
떠오르는 인도와 동아시아 이옥순
아시아 속 유럽 황인원
시간이 바꿔놓은 한국인과 몽골인의 운명 이평래
러시아와 동아시아 한정숙

7장 대화
왜 동아시아인가 최원식 백영서 대담
동아시아를 다시 생각한다 강태웅 백지운 이병한 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