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간들
우리는 각기 다른 생각을 갖고 살아간다.생각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그런데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내 생각이 옳고 상대는 틀린다고여긴다. 그래서 많은 갈등이 생겨난다.책을 읽는 내내 은희의 어리석음에 화가 났다. 사랑이라는 미명하에 부모에게 간섭하는 딸의 모습을 보니 답답했다.이렇게 하는 게 좋다고 부모에게 얘기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강요할 수는 없다. 대화는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지 명령하는 도구가 아니다. 겉으로는 이런 게 좋다며 대화를 한다고 하지만 속으로는 내 생각을 강요한다. 부모가내 말을받아들이지 않자 딸은 분노한다. 신부전 환자는 이렇게 먹고 이렇게 생활해야 좋다고 얘기를 주구장창 하는데 부모가 이를 따르지 않자 짜증을 부린다. 이 딸은 아버지를 걱정하는 걸까, 자신을 걱정하는 걸까?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삶의 대부분을 습관대로 살아간다. 이렇게 하는 게 좋다는 건 알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고 평생을 살아 왔기에 변화하는 데에는 저항이 따른다. 엄청난 저항을 이겨내야 바뀔 수 있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알면서도 행동을 바꾸지 못하는 거다.은희는 자기 자신이 모두 마음에 들까? 분명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있고 바꾸고 싶을 거다. 아마 습관을 고치려 노력하다 보면 이게 쉽지 않다는 걸 깨달을 거다. 그러면 남을 바꾸는 건 애시당초 불가하다는 걸 알게 될 거다. 나이 많은부모를 바꾸려 하는 자녀들은 이 사실을 알아야 한다.은희는마치 부모를 걱정하듯 얘기하지만계속 내 걱정만 하고 있다. 부모가 죽지 않고 병들어 의료기관에서 연명 할 경우부담하게 될병원비와 간병 등에 대해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자식은 원래 그런 거다. 이렇게 생각하는 게 나쁜 건 아니다.자식 입장에서는말 안듣는부모가 못마땅 할 수 있다. 그러나 부모도 마찬가지다. 자식이 하는 언행이 마뜩치 않을 수 있다. 그래도 스무살이 넘은 성인이니까 간섭하지 않는다. 우리는 상대를 사랑하기에 간섭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정말 크나큰 착각이다.가장 좋은 것은 부모에 대해 간섭하지 않고 원하는 바를 해드리는 거다. 차선책은 간섭도 하지 않고 원하는 바를 해드리지도 않는 거다. 최악은 간섭하면서 원하는 바를 해드리는 거다.최악을 선택하게되면 계속 나 자신을 희생하면서 부모를 모시는데 부모는 자식 생각은 하지 않고 이기적으로 본인 생각만 하고 살아간다며 부모를 미워하는 마음이 일어나게 된다. 안하느니만 못한 처사다. 은희는 최악의 행동만 하고 있다.내 기준에 못미친다고 그가 나쁜 사람은 언니다. 나는 아버지 근처에 살면서 궂은 일을 다 하고도 나쁜 소리만 듣는데, 멀리 호주에 사는 언니는 가끔 전화나 해서 아버지 비위 맞춰드리고 실제 하는 일은 없으면서 효녀라는 소리를 듣는다. 그런 언니가 가식적으로 보이고 얄미울 거다.중요한점은 내가 하는 행동이 내가 선택한 것이라는 생각이다.남 때문에 선택을 강요당했다고 생각하면늘나를 희생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 사소한 갈등이나 마찰이 생겨도 폭발하게 된다. 내가 당신 때문에 이러고 사는데 당신이 나한테 이럴 수 있냐고 상대에게 원망하는 마음이 커진다.인생의 선택의 연속이다. 그리고 그 선택에 따른 결과는 겸허히 받아들이면 된다. 조금만 지혜로워지면 내 선택에 따른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수준도 안 되면서 일을 떠맡게 되면 괴로움만 남는다.우리나라는 불교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 근본 불교에는 윤회라는 개념이 개,돼지로 다시 태어나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이건 붓다가 태어난 인도에서 힌두교의 풍습 및 문화가 불교와 함께 넘어오다 보니 마치 원래 불교가 그런 것처럼 잘못 알게 된 점이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윤회는 업식,다시 말해 습관의 반복이다. 술을 많이 먹으면 괴롭다. 아침에 일어나면 다시는 술을 먹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나서 저녁이 되면 다시 술자리로 향한다. 이게 윤회다. 눈앞의 즐거움에 끄달려 뒤에 다가올 고통을 인지하지 못하고 계속 즐거움과 괴로움을 반복하는 삶, 이게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윤회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 문화와 합쳐진 신앙으로서의 불교가 자리를 잡았다. 근본 불교에서는 손해보는 짓을 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내가 나를 괴롭히는 것, 즉 자학과 자책은 매우 어리석은 행동이고 내게 손해되는 행동이다. 그런데 우리는 윤리, 도덕등에 비추어 나를 엄한 잣대로 들이대고 뭔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면 자책하곤 한다. 진정한 불자는 그리하지 않는다.진정 아버지를 위한다면 아버지의 입장에 서서생각해 봐야 한다. 오랜시간 엄마로부터 알뜰 살뜰 보살핌을 받아 왔다. 양말 한 켤레 본인이 챙겨본 적 없다. 그렇게 70평생을 살아왔다. 그런 아버지가 갑자기 변해서 본인이 밥짓고, 설거지 하고, 빨래하고 , 청소하는 등 집안일을 하는 건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신장이 안 좋다고 저염식 음식만 먹는 건 좋은 줄 알지만, 실제 그런 음식만 먹는 것은 힘든 일이다. 이런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면 자식된 입장으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감이 좀 오게 된다.평생 엄마로부터보살핌을 받아왔으니 응당 그에 맞게 엄마를 오랫동안 잊지 않고 슬퍼해야 사람의 도리라고 생각하는 은희는 참으로 어리석다. 엄마가 하늘나라에서 보면 늘 본인을 그리워하면 슬퍼하는 딸을 원할까? 아니면 탁 털고 일어나 다시 웃으며 행복하게 사는 삶을 원할까? 엄마가 살아계시다면 뭐라고 말씀하실까? 딸아 계속 나만 그리워하고 생각하며 슬퍼해라. 그게 너의 자식된 도리다. 이렇게 말씀하실까?불자는 지혜롭다. 어리석지 않다. 엄마를 사랑해서 뭔가 엄마께보답하고 싶다면 엄마의 뜻에 맞춰 살아라. 하늘나라의 엄마가 지금 내가 어떻게 살고 있기를 바랄지 한 번 생각해봐라.부모님을 돌보는 건 의무는 아니다. 그러나 여력이 된다면 돌보기를 권한다. 다만, 너무 의무감에 사로잡혀 하기 싫은 일은 억지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게 양자에게 모두 좋은 일이다. 은희처럼 할 일은 다 해놓고 부모와 계속 다투고 엄청난 스트레스로 병약해지는 어리석은 자식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차라리 자신의 인생을 살아라. 그래도 괜찮다. 나는 부모의 노예가 아니다. 종속된 삶을 살지 않고 자유로운 내 인생을 살아도 된다. 남이 비난하거든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겨라. 그게 계속 부모와 다투며 살아가는 것보다는 낫다.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행복하게 살자.
죽음 이후에도, 삶은 계속된다
삶의 본질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상실의 고백!
엄마의 죽음으로 마주한 가족의 이야기
죽음을 통해 삶의 본질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소설!
1996년 한국 문학의 미래를 힘차게 열어나가기 위해 제정된 한겨레문학상이 올해로 제19회를 맞았다. 2회 김연의 나도 한때는 자작나무를 탔다 , 3회 한창훈의 홍합 , 4회 김곰치의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 , 6회 박정애의 물의 말 , 7회 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 , 8회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 9회 권리의 싸이코가 뜬다 , 10회 조두진의 도모유키 , 11회 조영아의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 12회 서진의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 , 13회 윤고은의 무중력증후군 , 14회 주원규의 열외인종 잔혹사 , 15회 최진영의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 16회 장강명의 표백 , 17회 강태식의 굿바이 동물원 , 18회 정아은의 모던 하트 (1회, 5회 당선작 없음)까지 기존의 당선작들은 오랜 시간 동안 한국 문단의 주목과 동시에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2014년 제1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은 최지월의 상실의 시간들 로, 총 246편의 경쟁작 가운데 예심 심사위원들의 추천과 본심 심사위원들의 엄정한 심사 끝에 ‘작가의 진정성에 깊은 신뢰감을 느낀다’, ‘신인 작가만이 보여줄 수 있는 날카로운 상실의 고백’, ‘죽음의 풍속을 그려냄으로써 삶의 진실을 복원해내는 경이로운 음각화’ 등의 심사평과 함께 죽음을 통해 삶의 본질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상실의 시간들 은 주인공 석희가 엄마의 죽음을 치러내면서 사십구재에서 탈상인 100일까지 세세하게, 꼼꼼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육체적 죽음이 사회적 죽음이 되기까지, 언젠가는 누구나 목격해야 하는 부모의 죽음을 매우 현실적으로 서술한다. 당연한 듯 있었던 존재의 상실을 말하는 이 소설은 어찌할 수 없음의 수동적 슬픔보다는 시간이 지나면서 부딪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능동적 슬픔의 힘을 느끼게 한다.
상실의 시간들 7
작가의 말 312
추천의 말 316